Leica 5cm Elmar 1:3.5 (1926-1962)
내 주머니 사정을 제외하고는, 모든 물가가 껑충 뛰어오른 세상이다.
그렇다고, 재미난 취미 생활을 접을 수는 없는 노릇이니...
라이카 렌즈 중에 가장 가벼운 마음(이라 쓰고 '적은 비용' 이라 읽는)으로 사용해 볼 수 있는 렌즈는 무엇이 있을까?
바로, Elmar 5cm 1:3.5 렌즈이다.
초창기 바르낙 시절부터, 침동형으로 만들어져 이른바 기본렌즈로 셋팅되어 있던 렌즈이다.
M마운트의 시작을 알리는 M3가 출현한 이후에 베이요넷 방식으로 마운트가 변경되며 1962년까지 365,852 개체가 생산되었다.
라이카 역사상 가장 오랜기간동안 가장 많이 생산된 렌즈이며, 즉, 가장 흔하게 접할 수 있는 렌즈이다.
마치 공기나 물처럼, 너무나 기본적이고 보기 쉬워서 평가 절하되는 렌즈이다.
가격이 저렴하기 때문에 주목받지 못하는 대표적인 렌즈이기도 하다. (이런 류의 렌즈는 현행에서는 summarit 라인이 있다.)
물론, 접었다 펼쳤다 해야 하는 침동형이기에 작동이 편안하진 않다.
렌즈의 밝기 또한 3.5 로서 표준 화각인 50mm 에서는 다소 어두운 편이다.
또한 초창기의 L39 스크류 마운트(LTM) 이기 때문에 LTM adapter 를 사용해야만 근래의 M 카메라에서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역시, 5cm Elmar 를 가장 즐겁게 사용하는 방법은 한 손안에 들어오는 바르낙 바디에 꽂아 쓰는 것이다.
기본적인 것에 대하여 그저 쉬운 것이라 지나쳐버리는 경향이 있지만,
기본적인 것을 제대로 꾸준하게 해 내는 것이야말로 정말 어려운 일이고 어려운 습관이다.
5cm Elmar 는 간결하고 기본적인 아름다움을 잘 갖추었다.
사진기와 렌즈를 접하다 보면, 만능열쇠같은 것이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게 된다.
무언가를 얻으려면 포기해야만 하는 것들이 있다. 크기와 무게가 대표적인 가치이다.
반대로 간결함을 얻으려면, 포기해야 하는 기능들도 있는 것이다.
용처와 상황에 따라, 이 부족하기 그지없는 도구들로도 충분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면, 당신은 이미 깨우친 사람이다.
(물론 금방 다시 까먹겠지만... 망각은 신이 인간에게 준 가장 큰 선물이다!!)
여튼,
5cm Elmar 는 3군 4매의 구조를 갖추고 있다.
앞쪽의 공기층, 뒤쪽의 접합유리를 배치시킨 구조가 tessar 를 모방했다고 연상하기 쉽지만,
실제로는 Max Berek 에 의하여 Cooke Triplet 의 변형으로 설계된 렌즈이다.
Max Berek 에 의해 3군 5매로 처음 설계된 Elmax 가 Elmar 의 원형이다. Elmax 는 초창기의 바르낙 바디들에 제공되었다. (Elmax 를 짝퉁이라고 생각하면 곤란하다.) 이후 개선 과정을 거치며 3군 4매의 구조로 변경되었고, Elmax 는 타 브랜드 명칭의 유사성 issue 로 인하여, Elmar 로 이름을 바꾸고 그 명맥을 이어갔다. Filter thread 는 19mm 로 A36 type 의 덮개형을 사용할 수도 있다.
초기의 Nickel 마감은 1936년까지만 생산되었다. Elamx 처럼 유럽식 조리개(3.4/4.5/6.3/9/12.5/18)가 채택되어 있다.
침동을 펼쳤을 때의 경통길이를 기준으로 2mm 정도 짧은 short version 이 존재한다. (길이가 짧은만큼, 실제 화각도 일반보단 조금 넓다.) 거리의 표기는 feet 형도 있고 meter 형도 있다.
초점을 조절하기 위한 손잡이의 4가지 subtype 이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흔히 목격할 수 있는 것으로는 위의 elmax 처럼 무한대락 버튼이 없는 것, 민자형 버튼이 있는 것, 달팽이모양의 무한대락버튼이 있는 것이 있다. 달팽이 모양 무한대락버튼이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일반형이라고 보면 된다.
마운트 했을 때 초점 손잡이의 방향이 11시 방향인 것과 7시 방향인 것이 있다. 초기형에서는 11시 방향으로 주로 만들어졌으나, 저속 셔터 다이얼을 탑재하기 시작한 Leica III (model F) 가 생산된 시기부터는 위치에 따른 간섭을 방지하기 위해 7시 방향으로 통일되었다. 그리고 7시의 손잡이 방향이 현재의 렌즈들까지 이어지고 있다.
최초기형에서 보이는 flat top, bell push, non lock button 형태의 초점 손잡이는 11시방향으로만 존재하며,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달팽이 형태의 손잡이는 11시 방향과 7시 방향 두가지의 종류가 있다.
아무래도 실사용 측면에서는 7시방향의 렌즈들이 조작하기 편안하다.
1933년부터 Silver chrome 마감이 생산되었다. 초기에는 유럽식 조리개(3.4/4.5/6.3/9/12.5/18)를 채택하였으나, 후기로 가면서 일반적인 조리개 (3.5/4/5.6/8/11/16/22)를 채택하게 된다. 모든 표기들이 검정색으로만 표기되었기에 Black Elmar 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러한 외형은 시리얼 번호 910,000 부터 변형이 되는데, 이것이 바로 Red Scale Elmar 라고 불리는 Red Elmar 이다. 실버크롬의 마감도 무광으로 변경되면서 좀더 우아한 자태를 보여준다.
5cm Elamr 를 디테일하게 구분하자면,
85,000 연번부터 대물렌즈의 곡률 수정을 적용한 개선이 있었다.
코팅이 적용되기 시작한 것은 1946년, 598,201 연번부터이다.
Red Scale Elmar 부터(약 910,000연번)는 이전과는 다른 유리 소재를 사용했다고 한다. 그러나 성능 차이는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35년 정도 롱런한 만큼, 시기별로 minor revision 들이 꽤 많이 목격이 된다. 시기별로 부품들도 조금씩 다르다(완전히 호환되지 않는다).
Factory conversion 서비스에 의해, 초기형에 코팅이 입혀져 있거나 하는 등의 수많은 variation 이 존재한다.
초창기의 렌즈인만큼 개체차이가 있는 편이나, '엘마' 라는 굴레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는다. 엘마는 엘마일 뿐,
몇해전까지 온전한 바르낙 바디를 찾기 위해 덤으로 딸려 온 꽤 많은 5cm elmar 를 사용해 보았으나,
'니켈엘마', '블랙엘마'나 '레드엘마'의 결과물 차이를 구분지을 수 있는 지점은 발견할 수 없었다.
다만 각각의 은근한 개체 차이는 느낄 수 있었다.
이것을 가지고 '니켈엘마'는 어떻고, '블랙엘마'는 어떻고, '레드엘마'는 어떻다라고 규정하는 것은 오류임에 분명할 것이다.
엘마는 엘마일 뿐, 내 기분을 흡족하게 하는 엘마라면 그것으로 충분한 것이다.
5cm Elmar 중에서 가장 드문 렌즈는 Red Scale 중에서 기준점 표기가 삼각형이 아닌 마름모형으로 되어 있으며, 조리개 수치가 16까지만 되어 있는 Elmar 이다. Red Scale 초창기에 잠깐 생산되어 개체수가 매우 적다고 한다.
이런 것을 따지는 병이 너무 깊어지면 안되는데...
같은 이름을 가진 약 42,000개만 생산된 3.5cm Elmar 는,
360,000개가 생산된 5cm Elmar 와는 다른 삶을 살고 있다.
5cm Elmar 에 대한 연민이 커지면, 3.5cm Elmar, 거기에 니켈버젼에까지 손을 대게 되는 부작용이 있으니, 꼭 주의하라...
분명한 것은 니켈엘마는 블랙페인트 바르낙들과 정말 이쁘게 잘 어울린다는 것이며,
용처를 파악하기 쉽지는 않은 FOKOS 악세사리까지 더해 관상용으로 보는 이의 기분을 좋게 해준다는 것이다.
바르낙 바디에 탑재된 파인더의 화각은 40mm 정도가 되기 때문에, SBOOI 파인더를 갖춘다면, 더 시원하고 기분좋게 세상을 바라볼 수 있을 것이다.
엘마는 간결하고, 아름답다.
표준화각으로서, 가장 작고 간결한 카메라 시스템을 완성시켜주는 둘도 없는 앞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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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렌즈에 대한 자세한 정보는,
"사랑하는 사람은 엘마로, 이쁜 사람은 룩스로 담는다." 는 재미난 표현을 남긴 '이태영' 선생님의 심층 리뷰가 이미 존재한다.
더 깊은 내용을 탐독하고 싶은 분들은 아래 링크의 글을 필독하기를 추천한다.
https://bphotokr.wordpress.com/2016/12/29/엘마-elmar-50mm-f3-5-1925-19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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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mple
최대개방에서는 올드렌즈들에서 보기 쉬운 수차로 인한 흐드러짐이 돋보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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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광 상황에서는... 역시 잘 통제되지 않는다. 무엇을 기대했는가?? 이런 것을 즐겨야 올드렌즈를 사용할 수 있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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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동형 렌즈를 사용하며, 가끔 이런 경험들은 꼭 해 보아야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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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좋은 순광에서는 충분히 잘 묘사해 준다. 담백하고, 과하지 않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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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촉하게 젖은 날의 감성을 표현하기에도 충분히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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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광 상황에서의 난반사로 인한 톤업이 때로는 도움이 될 때도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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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분히 만족할만한 부드러운 계조를 얻을 수 있다. 왜곡도 심하지 않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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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맛 느끼는 빠른 촬영을 못 할 것도 없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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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한다면 입체감이 돋보이는 사진을 건질 수도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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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르낙은 다중촬영이 가능하니, 뭐 이런 사진도 찍을 수 있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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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logue
서로 다른 종류나 마감의 Elmar 가 저마다 다른 특징을 가지며, 다른 사진을 만들어 낸다는 생각은 곤란하다.
minor revision 이 있었을 뿐, 같은 설계의 광학구조를 가진 렌즈들이다.
물론 개체 차이가 있을 수 있고, 코팅과 무코팅 렌즈의 성향차이는 존재할 수 있다.
그러나 그리 큰 차이는 아니니, 괜한 삽질은 거두기를 추천한다.
엘마는 엘마일 뿐이다.
굳이 현재를 공유하지 않더라도, 오랜만에 만나 옛 기억, 옛 추억으로 재미난 수다를 떨 수 있는 친구들이 더러 있을 것이다.
현재의 고민에서 잠시 벗어나 숨도 고를 수 있고, 웃을 수도 있다.
잔잔한 휴식, 하지만 늘 쉬기만 할 수 없다는 것 역시 우리는 잘 알고 있다.
5cm Elmar 는 그렇게 맞이하는 옛 친구다.
굳이 하나의 Elmar 5cm 1:3.5 렌즈를 꼭 가져가야 겠다면, 경통이 거울처럼 반딱반딱 빛나는 개체를 찾기 바란다.
탐구정신과 의욕이 불타오르는 과제이다. 마치 사냥터를 나서는 것처럼...
혹여라도 순수한 렌즈 알멩이를 원한다면 아마 두 눈에 흙이 들어갈 때까지 찾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대부분의 5cm 엘마들은 대물렌즈에 스크래치가 많으며, 당시 사용되었던 유리재료의 성질이 썩 좋은 편은 아니라, 내부 군에 있는 렌즈들도 마치 사포로 문지른 것 같은 흔적을 지닌 개체가 많다.
눈에 잘 보이는 것이 오히려 더 쉽다. 마음이 이쁜 것이 아니라, 외모가 이쁜 것을 찾으라. 적어도 5cm 엘마에게는 그렇다.
카메라와 렌즈가 예뻐야 기분이 좋아지고,
기분이 좋아지면 사진도 잘 찍을 수 있으며,
현상, 스캔, 인화 역시 즐겁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즐겁자고 하는 일들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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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편안해지는 옛 친구, 5cm Elm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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