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l Zeiss Jena Herar 3.5cm 1:3.5 (1939-1945)
매우 휘귀한 렌즈나 카메라를 사용하면, 마치 내가 특별한 사람이 된 것만 같은 착각이 들기도 한다.
이것은 매우 유치한 발상이기는 하지만, 가끔 그 기분을 즐기고 싶을 때가 더러 있다. 그럴 때는 그냥 즐겨 보자.
긴 여정을 즐기기 위해, 슬럼프를 극복해 줄 수 있는 도구들은 모두 삶에 이롭다.
위중한 환자들을 곁에 두고 있다보니, 누군가는 평생 들을 일이 없을 렌즈의 이름도 알게 되고, 심지어 그 것을 품게 되고, 아끼며 이런 글을 쓰고 있다. 근주자적(近朱者赤) 근묵자흑(近墨者黑) 이라 하였으니...
먼저, 이 렌즈의 존재를 알려 준 지인들의 리뷰를 링크해 본다.
근현대 사진기술의 역사 중 독일 Carl Zeiss 의 성과는 정말 놀랍다. 말그대로 독보적인 행보를 펼쳤다. Leica에서는 1949년 출시한 Summaron 3.5cm 1:3.5 렌즈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Biogon 이나 Planar 에 견줄 수 있는 성능을 확보하게 되었으니, 1950년대까지 Carl Zeiss 의 아성을 넘어서는 브랜드는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았다. 즉, 1950년을 기준으로 보면 Contax 는 왕중의 왕임이 틀림없었다.
코팅기술의 도입은 렌즈의 성능을 비약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었던 혁명이었다. 여러개의 group 과 element 로 이루어진 광학계에서 코팅기술 없이 난반사를 억제하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이었기 때문이다. 즉, 코팅기술이 없었던 시절에는 광학적 오류들을 소거하기 위한 다른 돌파구가 필요했다.
Herar 는 무코팅인 상태를 유지하되, 구조 설계만으로 무코팅 렌즈의 한계를 극복하려 했던 집착의 산물이었다. 2군 5매, 대물렌즈군에 3개의 렌즈를 특수 접합, 접안렌즈군에 2개의 렌즈를 특수접합하였고, 이를 통해 group 수를 최소화하여 공기층을 줄였다.
이 독특한 구조가 안정적으로 완성되고 양산을 앞둘 무렵, 렌즈의 코팅기술이 전세계적으로 대중화되었기 때문에, 결국 까다롭고 독특한 Herar 구조는 사장되어 버렸다. 결국은 양산하기 용이한 기술이 살아남는다.
전설적인 T* coating 의 시초가 된 불소박막도포 기술을 군사 일급 비밀로 숨겨야했기 때문에, 2군들의 대중적인 사용을 위한 설계로 고안되었다는 설도 있다. 결국 혁신적인 코팅 기술의 유출, 대중화로 존재의 이유를 상실하여 사장되었다는 결론이다.
Herar 는 2641000 에서 시작하여 2641417 정도까지 500개 미만의 개체가 생산된 것으로 알려진 드문 렌즈이다. 1939년부터 1945년까지 약 7년동안만 만들어졌다. 나의 Herar 는 이중 49번째 개체(2641048)에 해당한다.
아마데오 아답터(Amedeo Adapter) 등을 이용하면 Herar 를 M body 에서도 사용을 할 수 있는데, 아마데오 아답터(Amedeo Adapter) 도 시기별로 편차가 있어서, 특정시기의 것에서는 제대로 결착이 되지 않는다. 그런 경우는 렌즈 후옥의 경통을 다시 제작하면 된다. (중앙카메라 에서 개조할 수 있다.) 물론 원래의 부품은 따로 보관해두면 된다. 차후 필요시에 손쉽게 교체 가능하다. 만약 자신이 갖고 있는 아마데오 아답터(Amedeo Adapter) 에 제대로 결착이 되어 초점이 0.9m~무한대까지 제대로 동작한다면, 굳이 후면의 경통을 개조할 필요가 없다. "You are Lucky Guy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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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rar 의 특징을 단적으로 표현하자면, 무코팅의 특성을 지녔으나, 무코팅으로 인한 광학적 오류가 보정된 렌즈라는 점이다. 표현력이 일부 유사한 Elmar 3.5cm 1:3.5 렌즈와 비교해보면 Herar 의 진가를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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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개방에서의 특징
동시대의 여느 렌즈들처럼 구면수차가 발생하므로, 보케의 형태는 회오리 양상을 보여준다. 라이카를 많이 사용해 본 사람들도 낯이 익은 느낌이다. 그렇다. 흔하면서도 귀한 렌즈, 추억의 Elmar 3.5cm 1:3.5 의 느낌과 유사하다.
다음은 디지털 바디인 M11 에 Herar 3.5cm / Elmar 3.5cm 코팅 / Elmar 3.5cm 무코팅 세가지 렌즈를 물려 촬영한 것을 100% crop 하여 비교한 것이다. 주변부의 렌더링과 보케 형태를 보기 위해 관찰을 시도하였다. 주변부는 Herar 에서 디테일이 좀 더 살아있다. 즉, 최대개방에서 Herar 의 주변부 화질이 좀 더 균형이 있다는 뜻이다. 주변부 빛망울의 형태는 Herar 는 삼각형의 형태, Elmar 는 납작한 원형의 형태를 보인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흐드러지는 렌더링은 대체로 유사한 편이다.
최대개방에서 Elmar 는 중앙부에서 주변부로 가면서 현격하게 디테일을 잃어버리기 때문에 (MTF 그래프가 푹 꺼짐) 반대로 중앙부를 부각시켜주는 효과를 준다. 이것을 입체감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을 것이다.
최대개방에서 Herar 는 주변부에서 균형을 덜 잃는 편이다. (MTF 그래프 경사가 완만한 편) 그래서 이미지 자체가 안정감이 있다. 휘청거리는 Elmar 에 비해, 좀 더 건강한 걸음걸이를 갖은 것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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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광에서의 특징
역광에서의 이미지를 보면, 2군 5매의 특이한 접합구조로 인해 난반사가 상당히 억제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플레어가 발생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늘 하는 이야기이지만, 플레어가 발생하지 않는 렌즈는 1군 1매로 구성된 렌즈외에는 없다.
각도에 따라 플레어가 있지만, 상의 콘트라스트들이 살아있으며 날카롭다. Herar 가 1930년대에 설계된 무코팅 렌즈라는 것이 놀라울 따름이다.
라이카 3.5cm 엘마 렌즈의 역광 이미지와 비교해보면 상대적으로 Herar 의 난반사 억제가 어느정도인지 가늠할 수 있다.
아래 2장의 이미지는 Elmar 3.5cm 1:3.5 (nickel, non-coated)로 촬영되었다. 역광 상황에서 난반사로 인해 콘트라스트가 낮아지며 전반적으로 상이 뿌옇게 보이는 현상이 있다. (물론 이런 열화의 현상을 하나의 '병신력'으로 수용하여 즐기는 사람들도 꽤 있다.)
여튼, 역광시 발생하는 오각형의 플레어도 잘 활용하면 마음에 드는 이미지를 건질 수 있다. 플레어에 다른 색조가 끼지 않는 것도 장점이다. 순수하다고 해야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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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적인 퀄리티를 보장하는 F8 이상의 조리개
콘탁스의 렌즈들은 조리개를 조절하거나, 초점조절을 하는 것이 불편한 편이다. 특히 조리개 구조는 연속형 구조로 되어 있기 때문에, 초점 조절을 하던 중에 조리개값이 쉽게 바뀔 수 있다. 또한 이 조리개 값이 표준값과 조금 차이가 있다. F8 값은 실제로 9나 10 정도에 가깝다. 즉, 이 조리개 값을 믿고 촬영을 하면 대개 언더 촬영을 하게 된다. 그리하여, 묵직하고 어두운 컬러감을 얻게 되는 경우도 있다. 조리개 우선모드를 지원하는 M7 등의 카메라에서는 정노출 값을 얻기 용이하겠지만, 완전 수동 기계식 카메라를 사용하는 경우에는 각자의 취향의 맞게 보정을 해줘야 할 필요가 있다. F5.6 과 F8 사이의 값이 실제 F8 이다.
여튼, F8 에서의 Herar 는 매우 안정적인 이미지를 완성한다. 발색도 훌륭하다.
처음에 긴가 민가 하며 RVP50 을 써보았을 때는 갸우뚱했지만, 비교적 중립적인 성향을 갖는 포지티브 필름, RDP III 를 사용해보고 나서야 비로소 Herar 의 진면목을 알게 되었다.
이 렌즈의 발색은 Carl Zeiss 계열의 경향성 안에 존재하며, 동시에 독자적인 세계를 구축하고 있다.
그러나, 디지털바디에서 사용을 하고 싶다면, 굳이 이 렌즈를 추천할 수 없다. 이 시대의 렌즈들은 수직입사를 전혀 고려치 않은 설계를 하였기에, 디지털 바디에서는 주변부의 해상력이 원하는 수준만큼 올라오지는 못한다. 올드렌즈는 역시 필름에서 즐기는 것이 제 맛이다.
To Taste Old Lens, Shoot Them On Film !!!
Film Will Never Di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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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ique Herar
애매모호한 결론을 지양하는 편이지만, 이 렌즈는 매우 독자적인 특색을 지니고 있다.
Herar 만의 고유한 발색이 있다.
Herar 만의 고유한 표현력이 있다.
Herar 만의 고유한 입체감이 있다.
물론 이러한 까닭은, 우선 무엇보다도, 나와 Herar 의 고유한 교감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Herar 는 흥미로운 렌즈임이 분명하다.
써 본 사람만 안다는 Herar 의 오묘한 개성... (믿거나, 말거나~)
무코팅 계열의 표현력을 애정하나, 무코팅에 늘 패키지로 딸려오는 병신맛이 눈엣가시인 이들에게는 정말 안성맞춤인 렌즈이다.
나만의 Sisyphus M7 이 드디어 앞캡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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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mples>
with RVP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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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th RDP II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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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h HP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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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syphus and Her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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