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enza Bronica RF645 (2000-2005)
카메라를 판단함에 있어 어떤 근거를 들이대며, 이것이 좋고 저것은 좋지 않고 등에 대한 이야기를 할 수는 있으나, 객관적 정보 또는 표준화된(혹은 표준인 척하는) 정보라는 것이 실상 헛점이 얼마나 많은지에 대해서는 그것을 극한으로 좇아 본 사람들은 쉽게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무엇이 좋다. 무엇을 좋아한다. 라는 것은 개인의 경험과 추억을 기반으로 하는 것이 오히려 적절하다. 각자에겐 각자에게 특별한 (최고의) 카메라가 있는 것이니까...
멍텅구리같은 골동품들에 혹하고 눈이 돌아가는 것은, 유년기의 꿈을 회상하듯, 카메라 또는 사진에 대한 추억을 좇는 것이 분명하다.
나는 대학생 새내기때 사진을 처음 접했다. 그 이유는 영화 등을 포함한 motion graphics 를 더욱 완성도 있게 만들고 싶었던 욕심 때문이었다. 아버지가 사용하시던 Nikkormat FT2 가 시작이었다. 새로운 분야에 대한 탐닉 또는 욕심은 순전히 장비병으로 이어졌고, 내 손에는 어느새 중형카메라가 쥐어져 있었다. 정방형 포맷의 Zenza Bronica SQ-Ai, 나는 분명히 핫셀블라드를 사용하고 싶었으나, 학생의 주머니 사정은 그리하질 못하였으니, '젠장브로니카'가 나에게는 더없이 좋은 선택이었던 것이다. 실제로 브로니카 카메라는 사용하기 편리했고, 모든 중형카메라들이 그러하듯 결과물 역시 좋았다.
Zenza Bronica SQ-Ai PS 80mm 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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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enza Bronica SQ-Ai PS 40mm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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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enza Bronica SQ-Ai PS 80mm 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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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enza Bronica SQ-Ai PS 80mm 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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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enza Bronica SQ-Ai PS 80mm 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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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enza Bronica SQ-Ai PS 80mm 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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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enza Bronica SQ-Ai PS 80mm 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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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enza Bronica SQ-Ai PS 180mm 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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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enza Bronica SQ-Ai PS 180mm 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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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enza Bronica SQ-Ai PS 80mm 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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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enza Bronica SQ-Ai PS 80mm 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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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enza Bronica SQ-Ai PS 80mm 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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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 그 때, 브로니카에서는 645 포맷의 새로운 카메라를 출시했다. 일반적인 SLR type 의 중형카메라에서 탈피하여 부피를 매우 줄인 시스템이었다. 당시 국내 산악 사진가들이 종종 사용하였고, 나도 동호회 회원분의 RF645 를 만져보았던 기억이 난다. 당시에 나는 RF 가 뭔지도 제대로 몰랐으니, 감흥이 있었을 리 만무하다. 그렇게 스무해 정도가 지나가고, 강산이 변하듯, 이젠 SLR type 의 카메라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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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한참 우중충하니 감상에 빠져 잡설이 길었다.
RF645 는 레인지 파인더 감성을 중형 645 세로포맷에 녹여낸 카메라이다.
단 하나, 전자셔터의 이질감을 제외하고는 어디 하나 흠잡을 것 없는 카메라이다.
2000년, 모두들 디지털로의 항해를 위해 돛을 올리던 격동의 시기, 외롭게 필름 매체의 길을 고수했던 브랜드가 바로 브로니카이다.
디자인이면 디자인, 기능이면 기능 뭐하나 빠질 것이 없었던 이녀석의 치명적인 문제점은, '아, 5년, 아니 3년만 일찍 나오지;;;;'
2000년에 출시, 2002년에는 전문가용 카메라로서 영예로운 EISA 및 TIPA 상을 석권...
그럼 뭘해... 결국 안팔려서 5년만에 단종이 되었다.
브로니카는 통채로 TAMRON 에 인수되었고, TAMRON 은 2014년까지 브로니카 브랜드 카메라의 유지보수를 약속했었다.
고로, 지금은 브로니카 카메라의 공식적인 수리처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해서 수리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남대문의 우주카메라나, 충무로의 삼성사 등에서 얼마든지 수리가 가능하다.
추억을 더듬기 위해 굳이 메이저 브랜드와 비교를 하자면, 2000년 Canon 은 무려 300만 화소의 D30을 출시했으며, 2001년은 Nikon 이 300만화소의 프레스바디, D1H 를 출시했던 해이다. 물론 Kodak 에서는 1994년부터 DCS 시리즈로 니콘과 캐논 마운트를 디지털 포맷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디지털 바디를 제공했었다.
당시의 화소수는 3,000,000 ~ 6,000,000, 물론 이런 해상도들이 신문보도용이나 11R인화까지는 별 문제가 없었기 때문에, 135판 필름 포맷의 실용 해상도와 유사하게, 135포맷의 용처에 맞는 해상도는 그 정도에 그칠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여담으로 135 풀프레임 포맷에서 60,000,000 화소 이상을 뽑아내는 미래의 상황을 전혀 예측하지 못하고, 오판을 했던 브랜드가 더 있는데, 포서드 진영을 이끌던, 올림푸스와 파나소닉이다. 당시에는 4/3" 센서가 500~600 만화소를 구현하기에도 면적이 넘쳤기 때문에, 포서드 포맷을 밀었던 것 같은데... 20년이 지난 지금은 센서 면적에서 오는 물리적 한계를 벗어나지 못해 항상 고전을 면치 못했다. 다만 언제나 최고로 진보된 기술을 적용하였고, 카메라 시장의 다변화에 이바지한 점들은 명백하게 인정할 만 하다. 현재, 포서드를 고수하고 있는 브랜드는 올림푸스 한 곳, 파나소닉은 라이카 시그마와 함께 L mount 라는 새로운 진영을 만들어내었다. 미래를 예측하는 것이 어디 쉬운가...
브로니카 역시, 135 포맷의 용처를 넘어서는 이미지는 중형 필름 카메라로 촬영될 것이라고 예측을 했던 것 같다. 그렇게 회심의 역작을 완성한 것이었는데...
정말 좋지 않은 타이밍으로 보인다.
급변하는 디지털 시류에 모두가 집중하던 터라, RF645 는 결코 주목을 받을 수가 없었다.
또 한가지, 기본적으로 세로 포맷인 것도 한 몫을 했다.
이미지의 양산이 시작되었을 때부터 표준이었던 가로 포맷, 사람들에게 각인되어 있던 가로포맷의 틀을 깨지 못한 것도 실패의 원인이다.
야심차게, 세로 포맷이 기본인 서적을 꽉 채울 수 있는, 세로포맷 사진집을 내겠다는 각오를 여럿 보았으나, 결과물로 이행된 것을 아직 보지 못했다.
스마트폰 덕에 동영상도 세로로 찍고 있는 요즈음에는, 세로포맷이 새롭게 각광받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이 보이기도 한다.
아마도 그건 new-type 사진 세대들에게 가능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나 스스로도 가로포맷의 틀을 깨기가 참 어렵다. 깨야 하는데... 포트레이트 외에는 그것이 참 쉽지 않다.
아무튼, 이렇게 회심의 역작으로 좋은 카메라를 만들고 역사의 뒤안길로 무너져 사라진 비운의 브랜드들이 격동의 시대에는 존재했다.
배팅에 항상 성공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기본 렌즈는 65mm F4 렌즈, 135포맷으로 환산하자면 대략 40mm 정도가 된다.
별도의 파인더와 45mm 1:4 렌즈, 그리고 망원으로는 135mm 1:4.5 그 후에 설계상의 결함(정말한 포커싱 불가)으로 인해 135mm 렌즈를 대체하게 된 100mm 1:4.5 렌즈가 있다.
동일 포맷의 다른 카메라들과 견주어 보았을 때, 1. 작은 크기, 2.균형감이 매우 좋은 디자인 이라는 것을 직관적으로 알 수 있다.
매우 간결한 인터페이스가 특장점이며, 다중 노출이 가능하다는 것이 큰 이점이다.
반셔터로 노출을 고정하는 기능이 없기 때문에, 후면의 AEL 버튼을 이용해야 한다.
10초의 셀프타이머 기능도 있으며, 노출 보정 다이얼도 있다.
셔터는 렌즈 내부의 모터에 의해 전자적으로 제어되는 리프셔터 구조로 되어 있다.
조리개 모드를 넘어서서 프로그램모드까지 지원하는 수동 포커싱, 레인지 파인더 카메라이다.
특이하게도 프로그램 모드에서는 고속셔터가 1/750 초까지 동작한다.
핫슈에는 45mm용 파인더를 꽂거나, 전용 스트로보인 RF20 을 장착하여 사용할 수 있다.
최단초점거리는 1M,
CR2 배터리 2개가 들어간다.
최단 초점거리(1M)에서 프레임의 위치
무한대 초점거리에서 프레임의 위치
1m 의 초점거리, 그리고 비교적 어두운 렌즈라는 것에 아쉬움을 갖는 이들도 있겠지만,
더 짧은 초점거리와 밝은 조리개를 포기함으로서, 크기와 신속한 조작감을 얻을 수 있었던 것이다.
무언가를 실현하기 위해서, 무언가는 버릴 수 밖에 없다.
우리가 현재 살고 있는 풍요의 시대, 버림의 미학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것을 깨우치지 못한다면, 그 어떤 것도 제대로 얻어낼 수 없을 것이다.
RF645 와 비교되는 것은 후지의 GS,GA645, 마미야의 6,7 시리즈들이 있으나,
후지의 자동화된 바디들은 과도한 양의 플라스틱 마감으로 인해
카메라에 대한 애정이 격감되는 문제점이 있으며,
전통의 중형 거리계식 카메라 강자인 마미야 6,7 시리즈는
1. RF645 와 포맷을 달리하고,
2. 그 크기에 있어서 비교의 대상이 되기 어렵다.
645포맷을 고민한다면, RF645 는 한 번 써 봐야 할 카메라임에 분명할 것이다.
흠,흠,
작례는 다음 기회에;;;
with RVP50 (expir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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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th RVP50 (expir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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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th HP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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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th HP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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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th HP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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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th HP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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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th HP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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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th HP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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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th HP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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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th HP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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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th HP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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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th kodak portra 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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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th kodak portra 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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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th kodak portra 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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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th kodak portra 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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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https://www.japancamerahunter.com/2012/04/the-bronica-rf645-the-orphan-rangefinder/
https://www.japancamerahunter.com/2017/06/camera-geekery-bronica-rf645-review/
https://www.lomography.com/magazine/298839-lomopedia-bronica-rf645
https://www.filmshooterscollective.com/analog-film-photography-blog/bronica-rf645
http://www.steves-digicams.com/smp/02162003.html
https://luminous-landscape.com/bronica-rf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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