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bject : a branch
내 기억속에 가장 오래 자리를 차지한 목련이다.
다른 목련이 그러하듯, 일년에 한 번 함박 핀 꽃잎을 펼치곤 했는데,
어느 날이 절정인지 가늠을 할 수 없었다.
이 목련이 한껏 봉오리를 틔울 때 쯤이면, 중간고사 기간이었다.
정신없이 그 시간을 보낸 후 고개를 들어보면,
꽃잎은 간데없이 앙상한 가지만 흐드러져 있고는 했다.
흑빛으로 바닥에 젖어든 지난 꽃잎만이 있을 뿐이었다.
매년 그렇게 보냈다.
그래서 불현듯 십수어년이 지난 일요일 아침 이 목련을 찾아갔다.
그는 봉오리를 마악 틔우고 있는 참이었다.
올해도 나는 그의 활짝 핀 모습을 볼 수 없었다.
그러나 분명 예전에, 나는 이 목련의 절정을 목격하였을 것이다.
다만, 그것을 그대로 인정하지 못하고,
세상에 없을지도 모를 모습을 바라고 상상하고 기만하며,
가난한 마음을 괴롭혀 왔던 것이다.
십수어년이 지나서야 귀기울인 이 울림 덕에,
돌아서는 마음이 참 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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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1v / HP5+ / xtol 1:1 / LS5000ED / 신촌동,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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