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ica 35mm summicron-m, 1st : 8 elements (1958-1969)
Leica 35mm summicron-m, 1st : 8 elements (1958-1969)
라이카의 역사, 가장 아름다운 렌즈 : 8매
공기까지 찍힌다는 전설의 렌즈
그것이 사실인지의 여부를 떠나서 상당히 흥미롭고 재미있는 표현임에는 확실했다.
원래 전설은 '전설'일 때에 더 매력적인 것이 아니었던가...
단순하면서도 우아하게 생겼다.
초기형은 대개 푸른 빛의 코팅이, 후기형에는 대개 엠버코팅이 되어 있다고 한다.
둘이 혼용된 개체도 있으며, 단순히 코팅차이로 전후기를 구분할 수는 없다고 한다.
6군 8매의 구성, 우리나라에서는 특이하게 6/8, 6군 8매라고 부르지만,
외국에서는 대개 8매로 통용되는 듯 하다.
8매의 디자인을 완성하는, 톱니바퀴(조리개를 조절)는 기계의 본질로서 여러가지 의미를 내포하는 듯 하다.
지나친 것도 모자른 것도 없다.
작고, 간편하다.
전용후드로는 IROOA 후드가 있지만,
12504후드도 착용할 수 있다.
그러나 후드가 파인더 창을 일부 가리기 때문에,
8매의 미관을 돋보이게 하기 위해, 또 더 부피를 줄이기 위해
후드는 사용하지 않고 있다.
크롬의 광택 또한 현행과 차이를 보이지만,
촌스럽지 않고 아름답다...
현행렌즈만 사용하던 사람에게는 상당히 생소한 무한대락 버튼...
경통에 표기되는 출신표기는 다양한데
GERMANY, MADE IN GERMANY, 등이 쓰여 있다고 한다.
그 중 MADE IN GERMANY 각인의 8매가 가장 가치가 높다고 한다. 이유는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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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매의 이야기는 많이 들어 보았지만,
현대의 렌즈 디자인에 익숙한 나에게는 어딘지 모르게 어색한 디자인...
하지만, 너도 나도 라이카 디자인의 정수라는 말에 휩쓸리다가
나역시 시나브로 8매에 빠져들어가기 시작했다.
8매가 좋네, 현행이 좋네, 라는 논쟁속에
(의미없는 논쟁이라 생각하지만,)
꼭 등장하는 면죄부같은 말이 있다...
'제대로 된 개체를 사용해 보았는가??'
품질관리를 하고 출하하는 공산품에 뭔 개체차이??
품질관리 측면에서는 창피한 이야기이지만,
그것이 또 세상사는 재미가 아니겠는가?
여러 사람들이 다양한 변수 아래서 비슷한 렌즈를 생산한다.
그런데 그것은 저마다 각각
하나의 생명체처럼 묘한 차이를 보인다...
어린왕자의 장미타령도 아니고 뭔소리?? 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한 농장에서 같은 품종으로 같은 환경에서 같은 날 수확한 사과도
맛이 묘하게 다르다...
이것은 자연의 이치이다. 나와 당신이 다른 이유...
여기서 자기자신과 익숙한 것을 찾아내는 것이다.
나를 닮거나, 내가 닮아가거나...
이는
현재 생산되고 있는 대부분 브랜드의 렌즈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차이이다.
그만큼 품질관리가 정교해졌으니...
올드렌즈의 맛이란
이렇게 부족한 사람의 흔적이 묻어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
사람의 욕심이란,
이런 부족하기 짝이 없는 개체들 사이에서
그럼에도, 깨끗하고, 성능이 우수한 것들을 골라 가지고 싶어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올드렌즈들과의 만남은
사람의 인연과 같은 것이라,
단순히 의지만 가지고 맺어지는 것이 아니다.
'운명' 처럼 '운' 과 '명' 이 모두 필요하다.
달리 말해,
운이 좋거나...
돈, 시간, 에너지를 엄청 쏟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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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매를 처음 실제로 보았던 것은 충무로의 W카메라샵이었다.
음, 이게 그 전설의 8매란 말이지...
음, 독일산이군, 게다가 23시리얼이면 최후기인데...
어라, 나사 근처에 찍히고 쓸린 흔적이 있네...
한번 열었었나보군...
음, 렌즈 상태는 무난한 것 같기는 한데...
한참을 만지작거리고 찍어보고 고민고민하다가,
"사장님, 주세요~"
이렇게 8매와의 만남이 시작되었다...
원래 좋은 사진과는 연이 없는 성급한 사람이라,
다짜고짜 개체판정에 들어가기 시작했다.
그런데 뭔가 이상했다...
내가 쓰고 있는 렌즈는 분명 공기마저 찍힌다는 즈미크론 1세대인데,
최대개방에서 나타나는 양상은
최대개방에서 글로우가 조금 적게 나타나는 즈미룩스 2세대 최후기형과 유사했다...
음, 뭐지... 뭐지...
아냐, 이럴리가 없어...
물론 약간의 후핀이 있었던 개체였지만,
포커스가 맞은 부위에서 보이는 원치 않았던 글로우의 발견으로 인해
며칠만에 반품을 하게 되었다.
분명히 글로우가 없는 개체가 있을거야...
그 때부터, 충무로에 갈 때마다
이 샵, 저 샵에서 8매를 물려보고 판정을 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만족스러운 개체는 보이지 않았다.
그러던 중,
한 개인 판매자와 연이 닿아
어떤 캐나다산 8매를 만나보게 되었다.
"마운트해서 한번 찍어 볼게요."
결과물은 무척 흡족했다.
느낌도 무척 좋았다.
하지만, 나는 어리석었다.
렌즈 경통에 있는 흔적들을 용납할 수 없었던 것이다.
거래는 좀 더 생각해보자는 방향으로 마무리되었고,
나는 집에 돌아와 이제껏 테스트해봤던
다른 8매들과의 사진을 비교해기 시작했다...
물론 주광이 아니라서 글로우가 덜 보였겠지만,
제일 나았다...
내가 왜 그랬을까...
대체 왜...
그러다가,
'내가 녀석에게 끌리는 이유는 단지 디자인 때문일거야'
라는 가설과 함께
35mm summaron-m, 1:2.8 을 사용해보았지만,
그것으로 8매에 대한 궁금증은 결코 해소되지 않았다.
http://quanj.tistory.com/168
무슨 연애하는 것도 아니고,
여러번을 연락하고, 조르고 졸라서
다시 거래를 하게 되었다.
판매자와 구매자 모두 저마다의 다른 이유로
굳은 결의를 하고 현장에서 다시 만났다.
사나운 바람, 비가 억수로 쏟아지고 천둥번개가 치던 4월의 어느 날이었다.
판매자분도 고민을 많이 하신 눈치였기 때문에,
이런 악천후에 거래를 진행할 수 있을까 하는 조바심이
나를 마구 흔들어 대었다.
그날의 비바람과 천둥은
마치 그 렌즈가 주인을 떠나기 싫어 울부짖는
처량한 목소리처럼 들렸다.
비로소 약속시간이 되었고, 그가 도착했다.
그도 어떤 결연한 의지로 악천후를 뚫고 도착한 것이다.
긴자의 상점에서 고르고 골라 구입한 이 렌즈는 그의 아내가 사용하던 것이라고 했다.
그는 부르는게 값이라고 하는 블랙크롬 8매도 사용하고 있다고 했다.
이 렌즈는 무척 마음에 들고, 나중에 자신의 주니어에게 물려주고 싶었다고 했다.
하지만 그의 2세는 아직 걸음마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나이이고,
어떤 이유로 블랙크롬 8매만 남기고, 이 캐나다산 8매를 처분하기로 결심했다고 했다.
나는 서둘러 값을 치뤘고,
그는,
"나중에 이 렌즈를 판매하려고 한다면 제일 먼저 저에게 연락을 주셔야 합니다."
라는 말을 덧붙였다.
이런 거래에서 바로 헤어지는 것이 옳은 것인지
그래도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헤어지는 것이 옳은 것인지 아무도 알 수는 없지만,
우리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사진(기)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이야기가 끝나고 헤어질 시간이 가까워졌을 때,
그의 아내에게서 전화가 왔다.
그는 무척 난처해했다.
아내를 완전히 설득하지 못한 채 거래를 한 것이라고 했다.
그의 아내는 무척 화가 나 있었고,
그의 전화기에서 격양된 목소리가 희미하게 흘러나왔다.
나는 고민했다.
아마도 그가 거래를 없었던 것으로 하자고 할 것 같다.
지금 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서서 뒤를 돌아보지 않는다면,
이 캐나다산 8매는 온전히 내것이 될 수 있다.
그는 내게 부탁했다.
일단 아내를 더 설득해봐야 할 것 같다고...
그가 아내를 설득할 수 없을 것이라는 것은
삼척동자도 예측할 수 있는 쉬운 '미래' 였다...
지긋이 눈을 감았다...
제일 중요한 가치가 무엇인지,
다시 생각했다.
나는 도저히
어느 가정의 화목을 해칠 용기가 없었다.
나는 뻔뻔함이 없었다.
캐나다산 8매를 내가 소유하고 있었던 시간은 약 20분이었으며,
녀석은 처음의 바램처럼 다시 주인에게 돌아갔다.
그리고 비가 그쳤다. 천둥도 더 이상 대지를 흔들지 않았다.
바람소리만 나처럼 흐느꼈다...
동일한 금액의 출금과 입금을 알리는 은행의 메세지만이
나의, 나만의 소유를 인정해 주었다.
허전한 마음으로 돌아온 집에서
마누라는 팔짱을 낀 채 기다리고 있었다.
"비도 많이 오는데, 이 야심한 밤에 대체 어딜 갔다 온거야?!!!"
"이상한 짓, 한 건 절대절대 아니야... 다만 오늘은 아무것도 묻지 말아줘..."
나는 최대한 불쌍하게 말을 내뱉었다...
"이상한 짓이 아니긴, 이 인간이 또 뭔가를 사고 팔고 했구만!!!"
마누라는 귀신이다... 다 맞췄다...
이 일을 겪고 나서
나는 깨끗이 8매를 포기했었다.
더 이상의 에너지를 쏟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 몇달이 지났고,
마음을 비웠을 때,
독일산 8매가 나타났다...
특별한 장애물 없이,
녀석은 나에게 왔다.
개체 판정을 세심하게 하지도 않았고,
그냥 인연이라고 생각했다.
녀석은 나에게
나는 녀석에게 익숙해져 갔다.
지금까지의 결과물들을 뒤적여 보면,
최대개방에서도 무척 훌륭한 개체이다.
이 정도로 훌륭한 개체를 이렇게 손쉽게 만난 것이
당혹스럽기까지 했다...
펼쳐놓은 반사판의 주름이 렌즈에 비춰서 코팅에 균열이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아주 멀쩡한 엠버코팅이다.
시리얼을 가리지 않은 것은
그것이 녀석의 이름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며,
녀석을 절대 떠나보내지 않겠다는 나의 의지이기도 하다.
물론, 이런 각오는 대개 무위로 끝나고
언젠가는
'어린왕자가 장미 곁에 영원히 함께하기 위해 떠난 것처럼...'
이라는 궤변과 함께 떠나보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것은 삼척동자는 전혀 알 수 없는 '미래'
아닐 '미' 에 올 '래'
오지 않는다...
현재의 시간을 이녀석과 잘 놀아야 겠다.
까르페 디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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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례>
* part I
with M-Monochrom (typ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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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art. II
with MP and velvia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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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III
with M (typ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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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art IV
with MM (typ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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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art V
with film 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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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mm 라는 화각,
35크론에 대해 각별한 애정을 가졌었기에
다른 세대에 대한 글도 덧붙여본다.
* Leica 35mm summicron-m asph 5th (1997-current)
http://quanj.tistory.com/132
* Leica 35mm F2 summicron-m 4th Germany
http://quanj.tistory.com/116
* Leica 35mm summicron-m 4th, silver (1979-1996)
http://quanj.tistory.com/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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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나에게 가장 맞는 렌즈일까?
성능이? 모양이?
그것은 나의 '장미' 를 찾아나가는 과정과 일치하지 않을까 싶다.
눈치챘겠지만,
이 사용기에는
8매의 제대로 된 스펙도, 정보도 없다.
그저 나의 느낌과 사생활을 끄적였을 뿐이다.
내가 이 렌즈를 아끼는 이유는
이것이 전설처럼 공기까지 담아내서가 아니다...
전설은 그저 전설일 뿐...
나에게 이녀석은 나만의 '장미' 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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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 LeicaWiki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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